Wake Up, Then Fall Over
깨워놓고 다시 쓰러뜨리는 잔
갓 내린 에스프레소의 탄 곡물 향이 먼저 오고, 커피 리큐어의 단맛이 그 쓴맛을 받친다. 보드카는 맛을 더하지 않고 도수만 얹는다. 셰이킹으로 올라온 거품층이 향을 잔 위에 가둬 두기 때문에, 거품이 꺼진 뒤에 마시면 같은 잔이 훨씬 밋밋해진다.
1983년 런던 소호의 프레드스 클럽. 바텐더 딕 브래드셀에게 한 손님이 정신이 번쩍 들면서 동시에 취하게 해줄 것을 주문했다고 전해진다. 마침 에스프레소 머신 옆자리에서 일하던 그가 즉석에서 만든 것이 시작이다. 처음 이름은 보드카 에스프레소였고, 마티니 글라스에 담기기 시작하면서 지금의 이름으로 굳었다.
진도 베르무트도 들어가지 않으니 마티니라 부를 근거는 잔 모양뿐이다. 20세기 후반 들어 V자 글라스에 담기면 무엇이든 마티니로 불리던 관행의 산물이다. 애플티니, 포르노스타 마티니도 같은 경로로 이름을 얻었다.
마티니는 젓는 것이 정석이지만 이 잔만은 예외다. 세게 흔들지 않으면 거품층이 생기지 않고, 거품이 없으면 향이 잔 위에 머무르지 못한다. 이름에 마티니를 달고 있으면서 마티니의 기본 규칙을 정면으로 어기는 셈이다.
마티니 글라스
커피 원두 3알
셰이크
약 24%
SWRP
원두를 세 알 올리는 것은 이탈리아 삼부카의 관습에서 왔다. 건강·행복·번영을 뜻한다는 그 세 알이다. 짝수로 올리면 불운하다는 미신까지 따라와서, 바텐더들은 지금도 굳이 세 알을 센다.